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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부모님 댁에서 본 반려견과 반려묘, 그 아름다운 공존

by Life's Searcher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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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아주 오랜만에 논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방문했다.

1년 몇 개월만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 건물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아늑히 꾸며놓으셔서 제법 보기 좋다.

 

작년 여름에 방문했을 때와는 집 내부와 외부 모두 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 댁 앞마당 개집에 커다란 개가 살고 있었다. 이름은 '칸'이었다.

녀석이 몸집도 크고, 짖는 소리도 우렁차서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내가 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 칸은 나를 보고 마구 짖어대는데,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칸과 친해지기 위해 음식을 몇 번 준 적이 있다. 

긴 집게로 먹다 남은 닭이나 돼지 뼈 등을 주면 무척 좋아한다. 사실 칸에게 음식을 줄 때도 나는 긴장했다.

칸의 씹는 힘과 식욕이 매우 강해, 내가 내민 집게를 몇 번이나 입으로 빼앗아갔다.

그리고 이 집게를 내가 빼앗기지 않으려고 잡아 당기면, 으르렁 소리를 내며 화를 냈다.

이렇게 같이 며칠 생활하며 나는 칸과 조금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칸에게 손을 대지는 못했다.

가끔 내가 근처를 지나갈 때면, 개집 안에서 몸을 내 쪽으로 기대며 손길을 바라기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귀엽게 쓰다듬지는 못했다.

그런 칸이 며칠 전 부모님 댁에 방문했을 때는 없었다. 이미 작년에 병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칸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무성한 풀만 높이 자라나 있다.

 

그러나 부모님 댁 앞마당에는 새로운 강아지들이 보였다.

하나는 흰색 어미개이고, 나머지는 그 어미개가 최근에 출산한 새끼 강아지 두 마리였다.

그 흰색 어미개 이름은 '흰둥이'다. 이 개는 우리집 반려견인 '로희'가 얼마 전 새로 사귄 친구다.

그리고 부부가 되어 새끼도 낳게 되었다.

흰둥이는 집을 잃고 헤매던 개였다. 그런데 로희를 만나 우리 부모님 댁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흰둥이와 우리 부모님이 함께 생활한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흰둥이는 사람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그를 쓰다듬으려고 다가갔을 때도,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몸을 피했다.

부모님과 나는 아마 흰둥이가 사람에게 학대당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크면, 아직도 자신을 먹여 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의 손길마저 허용하지 않는 걸까?

나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조심스레 흰둥이에게 다가가서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흰둥이는 내 손길이 두려운가보다.

그래도 흰둥이 성격은 모나지 않은 것 같다. 밤에 나를 처음 봤는데도 나를 향해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온순한 것 같다.

사람으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두는 흰둥이

흰둥이 친구, 아니 남편은 우리집 반려견 로희다. 

로희를 알게 된 지 5년은 된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제 로희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로희는 부모님 댁 옆에 살던 외삼촌이 키우던 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 손길을 무척 좋아한다. 가끔 쓰다듬어주면 매우 편안한 자세로 누운 채 눈을 감는다.

로희는 매우 날쎄다. 활동 반경도 무척 넓어서 멀리 사는 이웃들도 로희를 알 정도이다.

이곳저곳 멀리까지 다니며 많은 이에게 사랑 받는 개다.

차로 한가운데에서 쉬고 있는 로희

그 로희와 흰둥이 사이에서 지난 7월 새끼 강아지 두 마리가 태어났다.

흰둥이가 5월에 임신을 하고 7월에 출산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이름이 각각 매리(5월의 영어 표현 May에서 따옴)와 줄리(7월의 영어 표현 July에서 따옴)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됐을 때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으로 이 두 강아지를 보았다. 

사진 속 강아지는 매우 작고 귀여웠으나, 3개월 정도가 지나 직접 보니 그새 많이 자라 있었다. 물론 여전히 귀엽긴 했다.

이 두 마리는 개집에 갇혀 있다. 부모님 댁 마당 바로 앞이 차로이다보니 이 둘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님께서 가둬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인사하러 다가가자 이 둘은 무척 흥분했다. 얼굴을 개집 틈 사이로 내밀고 혀를 내밀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너무 흥분해서 내가 선뜻 쓰다듬지도 못했다.

이제 제법 자란 매리(왼쪽)와 줄리(오른쪽)

이렇게 부모님 댁에는 개 4마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다. 이 고양이는 옆 집에 살던 이웃이 이사갈 때 데려가지 않은 고양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유기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고양이 배가 불러 있다. 부모님께서는 이 고양이가 임신했다고 한다.

내가 부모님 댁에 방문한 밤에 고양이는 배가 고팠는지 계속 울어댔다. 어머니께서 밥을 주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이 고양이는 애교가 무척 많다. 나를 처음 봤는데도 내가 다가가자 내게로 다가와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털을 만져보니 무척 부드러웠다.

개 4마리와 함께 지내다보니 영 기를 못 펴는 것 같다. 특히 밥을 먹을 때는 다른 개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부모님 댁에는 개 4마리(2마리는 새끼강아지), 고양이 1마리, 총 5마리 반려동물이 살고 있다.

이들과 함께 지내고, 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부모님께서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 반려동물 5마리 모두 부모님이 적극적인 의지로 데리고 온 반려동물이 아니다. 

다만, 이웃집 개 1마리와 같이 살 뿐이었는데, 하나 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두 마리는(흰둥이와 고양이)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물이다.

우리 부모님은 이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이들과 행복한(?) 동거를 시작하셨다.

버림받은 동물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우리 부모님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이 반려동물들이 나는 무척 고맙다.

부모님과 반려동물들 모두 건강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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