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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by Life's Searcher 2021.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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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말에 입주한 뒤 거의 7개월 동안 겪어 온 층간소음.

며칠 전 새벽, 또 다시 윗층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던 와이프와 나는 모두 깼고, 서로를 걱정했다.

아침에 잠을 어떻게 깨느냐가 그날 하루를 좌우한다.

'오늘 하루도 참 힘들겠구나' 나는 걱정했다.

그리고, 약간의 분노와 함께 오늘은 기필코 이웃에게 우리의 고통과 처지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편지로.

 

사실 내가 포항에 있는 원룸에서 자취할 때, 내 집 문 앞에 붙어 있는 쪽지를 어느날 발견했다.

아랫층 거주자가 밤에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에 대해 주의해달라고 쓴 글이었다.

그 당시 밤에 집에서 나는 런지, 팔굽혀펴기 등 근력운동을 했다.

그 글에서 아랫층 거주자는 매우 예의바르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 내 협조를 요청했다. 

더불어 음료수 한 병도 편지와 함께 내 문 앞에 두고 갔다.

나는 미안함과 함께 감동을 받고, 답장을 써서 아랫층 문 앞에 붙였다.

그 답장에 나는 늦은시간에 층간소음을 만들어내서 죄송하고, 최대한 주의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내가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으로 방해받으면 내게 연락하라며 내 연락처도 남겨놓았다.

그 이후 우리는 서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층간소음 때문에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새벽에 층간소음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이웃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생각은, 바로 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더구나 나는 어눌한 편이어서 직접 말로 표현하면 내 감정을 조리 있고, 예의바르게 전달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회사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나름 공들여 짧은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아래층에 거주하는 입주민입니다.

때때로 이른 아침에(아침 6시경) 층간소음이 너무 선명하게 들려서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밤에 잠들기 전에 귀마개를 쓰고 있는데요.

오늘 아침에는 다른 때보다 더 크게 소리가 들려서, 여기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으면 모르실 것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평일 아침 7시경으로 알람을 맞춰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아침 7시 이전에는 조금만 유의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망치로 바닥을 여러 번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만이라도 자제해주시면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건물 내 방음 기능이 좋지 않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웃에 불편을 주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운데요.

생활하시면서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한 협조하고 배려하며 지낼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턱대고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소음이 들리는 시간과 소리의 유형 등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썼다.

또한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우리가 그동안 기울인 노력에 대해서도 썼다.(귀마개)

그리고 역지사지로 만약 우리가 소음으로 당신을 방해한다면 편하게 말씀해달라고도 썼다.

이렇게 타이핑한 글을 출력하여 윗층 초인종 아랫쪽에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한 쪽지가 우리 출입문 같은 위치에 붙어 있는 걸 확인했다.

읽어보니, 윗층 입주민이 우리에게 쓴 답장이었다.

윗층 이웃으로부터 받은 답장

 

요지는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말하기 어려웠을텐데 알려주어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내 민원에 대하여 이렇게 빠르게 그리고 정성껏(손글씨로) 답장을 해준 이웃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울러 좋은 이웃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답장을 받으니, 다음에 혹시 윗층에서 또 층간소음으로 우리를 방해해도 덜 짜증날 것 같다.

이웃의 실수로 좀더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 그리고 비극적 결과에 대해 많은 뉴스를 볼 수 있다.

소음으로 피해를 보는 쪽도, 소음을 만들어 내어 항의를 받은 쪽도 모두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더 생각하여

갈등을 평화롭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건축과정에서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는 건축 방식을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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