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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이웃집 푸들 '아롱이'

by Life's Searcher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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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이웃집 건물 주차장 쪽에 자그마한 개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개집 안에는 작은 푸들이 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에 나는 이 푸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이 푸들도 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기에 우리는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와이프가 퇴근길에 이웃집 푸들을 봤다며 무척 기뻐했다.

와이프가 그 푸들에게 다가가자 푸들이 매우 다정하게 반겨줬다고 와이프가 말했다.

나는 그저 '다정한 푸들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다음날도 와이프에게 이웃집 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나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퇴근길에 일부러 그 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 푸들은 내가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좀 오래 머무르자, 심지어 나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나는 푸들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웃집 푸들에 대한 내 첫인상은 슬픔이었다.

그 푸들은 무척 슬프고 기운 없어 보였다. 실내에서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야 할 강아지가 마치 바깥으로 쫓겨난 것처럼 슬퍼 보였다.

하지만 이 푸들이 내 와이프에게는 마음을 열고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대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와이프와 함께 이 푸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조심스레 푸들을 만져보았다.

혹시 물릴까 두려워서 얼굴 쪽이 아니라 엉덩이 쪽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 푸들은 불쾌하다는 듯이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나는 재빨리 손을 뗐다.

내게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그 푸들이 얄미웠다.

 

며칠이 지나고, 나와 와이프는 또 다시 함께 그 푸들을 방문했다.

나는 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푸들이 보는 앞에서 와이프와 손을 잡았다.

그 푸들에게 우리가 서로 가까운 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얼마 후 내가 그 푸들에게 방문했을 때 그 푸들은 드디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푸들 주인은 우리집 이웃 건물에 거주하는 한 아저씨다.

와이프가 푸들과 가까워지자 와이프는 자연스레 이 주인 아저씨와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푸들 이름이 '아롱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롱이는 암컷이다.

 

아롱이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 날 이후 나는 거의 매일 퇴근길에 아롱이를 방문하고 있다.

대체로 아롱이는 내가 다가가면, 집 밖으로 나와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냥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마냥 그렇게 내 곁에 머무른다.

매우 다정한 강아지다.

그런데 어떤 날에는 내가 집 앞으로 다가가도 아롱이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아마 그런 날은 기운이 없거나, 슬프거나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한다.

와이프와 나는 아롱이를 안쓰러워할 때가 있다.

저 다정한 강아지가 집밖 개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규칙적으로 주인 아저씨가 아롱이에게 밥을 주고, 아롱이와 산책을 한다.

참 다행이다.

아롱이 덕분에 와이프와 나는 갈색 푸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합의했다. 만약 애완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아롱이처럼 갈색 푸들을 키우자고.

 

나는 아롱이 곁에서 아롱이 눈을 바라보는 게 좋다.

내 곁에서 주위를 살피는 아롱이 눈은 가끔 사람 눈처럼 성숙해보인다.

나는 아롱이 눈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 아롱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터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집에 도착하기 전에 들를 수 있는 아롱이네 집.

이런 나를, 그리고 우리 와이프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롱이가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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