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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내가 다니는 회사에 바라는 점(발표문)

by Life's Searcher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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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우리 회사에 바라는 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제목이 언뜻 거창해보일 수 있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외부인과 내부인의 경계에서 우리 회사에 바라는 점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제가 우리 회사에 무언가를 바란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그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 회사에 대해 아직 알아가는 중이기에 모르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저 제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우리 회사의 상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배제된 자들에게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그에 따른 악영향이 증가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증오 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증오 범죄는 물론 사회적 약자를 향하고 있는데요.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이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15개 주요 도시에서 올해 1분기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작년에 비해 169%나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마사지샵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고, 그중 6명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한 배경에는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가 있습니다.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Kung flu”라고 반복해서 언급하며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적대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 애틀란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무렵, 한국에서는 경기도가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코로나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방역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남양주와 동두천에서 외국인노동자들 중심으로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고 있는 제 외국인 배우자에게도 이 행정명령 안내문이 날아왔는데요. 저는 처음에 이 행정명령을 접했을 때 매우 의아했습니다. 남양주, 동두천 등 일부 지역에서 집단 확진이 발생했는데, 왜 경기도 내 모든 외국인노동자가 강제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바이러스가 사람의 국적을 가려가며 확산하는 건 아닐텐데,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그런 명령을 내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머지않아 제 와이프와 저는 이게 바로 외국인 차별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행정명령은 경북, 전남, 대구, 강원도, 인천, 서울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발표되었는데요. “각 지자체는 많은 이주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과 거주 시설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기에 이 행정명령은 차별적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진정으로 감염 확산을 막고자 하고, 외국인노동자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한시적 강제검진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주거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외국인노동자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요? 이번 행정명령으로 외국인에 대한 낙인 찍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한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는 최근 뉴스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 사례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서도 외국인 증오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기에 저는 두렵습니다. 만약 제게 외국인 배우자가 없었다면, 저는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나쳤을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길게 말씀드린 이유는 일상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지 다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난이든 불황이든 어떤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가 쉽사리 희생양이 되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회적 약자는 배제와 혐오로 인해 지쳐가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김기홍 공동조직위원장도,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하사도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요.

우리 회사는 민주화운동정신을 계승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 차별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며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평등에 관한 것이고, 일상 속 배제와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정치적 평등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2,500년 전, 고대 아테네에서 꽃 피운 민주주의는 오늘날 민주주의를 꿈꾸는 많은 이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시민권이 있는 모두가 광장에 모여 공동의 문제를 두고 토론하며 표결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는 여성, 노예, 외국인 등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닙니다.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는 2,500년 전 고대 아테네에서 선보인 그들만의 민주주의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가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회사는 한국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가 누구인지 되묻고, 그들에게도 적어도 다른 이들에게 기울이는 것과 동등한 만큼 관심을 기울이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때 그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직원들의 성장을 장려하는 문화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한 직장은 일을 하면서 소모되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직장입니다. 저는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됩니다. 학습할 수 있는 자료와 기회는 많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과 시간이 오히려 모자랄 정도입니다. 또한 다른 사업 부서에서 틈틈이 공유해주시는 사업 관련 자료들도 제게 훌륭한 학습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혼자 공부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서 사업 관련 기초 역량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업무로 바쁜 직원분들에게 부담을 드릴까봐 매우 조심스러운데요. 연중 비교적 덜 바쁜 시기에 직원 대상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은 한국민주화운동사와 민주주의 이론·실제·태도·가치 등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일상적으로 담당 사업에 대해 사업 기획·진행·평가 단계에서 구체적인 피드백과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사업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많은 선배 직원 분께서 정년퇴임이나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계시기에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직원 개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러한 자극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기본에 충실하기

얼마 전 우리 회사 ERP에 국무조정실에서 작성한 <2021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대책 중점 추진방향>이라는 자료가 게시되었습니다. 그 자료는 2020년 갑질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는데요. 응답자 중 83.8%가 한국 사회 갑질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습니다. 2018년에는 그 비율이 90%에 이르렀는데, 조금씩 갑질 심각성에 대한 체감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갑질이 발생하는 관계를 보면, 직장 내 상사-부하 관계에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본사-협력업체 관계입니다. 갑질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문화 때문이라는 응답이 3년 연속 압도적으로 많고, 그 뒤를 개인의 윤리의식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 설문결과를 종합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갑질 심각성이 매우 높고, 이는 주로 권위주의 문화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권위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고, 이는 주로 직장에서 갑질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설문결과를 말씀드리는 건 우리 회사도 경계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권위주의라는 말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저는 권위주의의 핵심은 위계에 따른 차별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직위, 성별, 근속 연수 등이 직장 내 위계를 결정 짓는 주요한 요소지요. 작년 11, 우리 회사 월례조회에서 황금명륜 선생님이 폭력예방교육을 해주셨는데요. 그 강연 내용 중 제게 크게 와닿았던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어느 언행을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자는 말이었는데요. 저는 이 말이 어느 조직이 권위주의적인지를 분별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언행을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게 당연시되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에는 권위주의 문화가 만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지만, 결국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평등한 조직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낮은 위계에 위치한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기본에 충실하자고 할 때, 염두에 둔 기본은 바로 우리 회사의 비전입니다. 우리 회사는 역사에서 일상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시민의 동반자라는 멋진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통치 내지 체제에 저항하여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냈듯이, 이제는 직장, 가정, 학교 등 일상에 만연한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여 일상 속 민주화를 이루어내자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업을 이루기 위한 첫 단추로 우리 조직 내부에서부터 평등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감수성, 반차별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부터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타 기관·단체 사례 학습까지 의지만 있다면 우리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조직문화는 구성원 몇몇이 노력한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전사적으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접근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할 것입니다. 저는 제 입사지원서에 쓴 것처럼 아직도 우리 회사가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문화로 타 기관에 모범이 되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처럼 멋진 비전을 갖고 있는 기관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한 인물을 소개하며 제 발표를 마치고자 합니다. 바로 하워드 진입니다. 많은 분이 알고 있듯이 하워드 진은 미국민중사를 저술한 역사가이자, 반전, 인종차별 반대 등 사회정의를 위해 행동한 사회운동가입니다. 그 하워드 진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인터뷰한 영상을 함께 보고 싶어 준비해보았습니다.

 

하워드 진 영상 감상(2:20~4:16)

https://www.youtube.com/watch?v=r5fkcVjNHbg 

볼 때마다 감동을 주고,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상입니다. 무엇보다 하워드 진처럼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친절함이라는 다소 소박한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 인터뷰 영상은 제게 기본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그럼 네 주위에서부터 시작해.”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그럼 네 주위 사람들부터 평등하게 대해.”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에 충실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가 명실상부 역사에서 일상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시민의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두서없는 발표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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