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
-
[제주4.3 ③] 포기할 수 없는 제주도한국 이야기 2022. 6. 13. 07:20
1948년 4월 28일, 제주도에 있는 한 학교에서 경비대 제9연대장 김익렬과 무장대 총책임자 김달삼이 논쟁을 벌였다. 이는 국군과 무장대 간의 유혈 충돌을 막기 위한 평화협상이었다. 이 협상에서 양측은 전투를 완전히 멈추고, 무장해제를 할 것에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사흘 뒤, 제주도 오라리 마을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불타는 오라리 마을은 때마침 미군 정찰기가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에 담기게 되었다. 미군과 경찰은 무장대가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 미국은 경비대에 무장대를 총공격하라고 명령했고, 이로써 평화협상은 깨져버렸다. 그리고 이 협상을 추진했던 김익렬 연대장은 해임되었다. 오라리 마을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 지 40여 년 후, 방화범은 경찰이 지원한 우익청년단 단원들로 밝혀졌다..
-
[제주4.3 ②] 진짜 권력자한국 이야기 2022. 5. 14. 18:43
1948년 10월 17일, 제주도에서 한국군 제9연대장 송요찬은 포고문을 발표했다. "군은 한라산 일대에 잠복하여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하는 매국 극렬분자를 소탕하기 위하여 10월 20일 이후 군 행동 종료기간 중 전도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외의 지점 및 산악지대의 무허가 통행금지를 포고함. 만일 차 포고에 위배하는 자에 대하여서는 그 이유 여하를 불구하고 폭도배로 인정하여 총살에 처할 것임" 당시 제주도에는 해안선에서 5km 이외 중산간 지대에 있는 1백여 마을에 주민 수만 명이 살고 있었다. 이 포고문으로 인해 중산간 지대 주민들은 대량 학살되었고, 가옥 4만 여 채가 불에 탔다. 이 초토화작전은 한국군이 집행했지만, 당시 한국군과 경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은 미군이 갖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진짜 ..
-
[제주4.3 ①] 저항의 대가한국 이야기 2022. 5. 12. 21:19
다 그런 건 아니지만, 1947년 3.1절 28주년 기념식이 열린 제주북국민학교 운동장에는 많은 제주도민이 모였다. 기념식에 모인 사람들은 "3.1 정신으로 통일 독립 전취하자!", "친일파를 처단하자!", "양과자를 먹지 말라!" 등등 여러 구호를 외쳤다. 기념식이 끝나자 제주도민들은 관덕정 광장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마 경관이 탄 말에 한 어린아이가 치여 쓰러졌지만, 그 경관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에 분노한 제주도민들은 그 기마 경관을 쫓아갔고 돌을 던지며 항의했다. 그 기마 경관은 경찰서 쪽으로 도망갔고 이어서 경찰들이 발포한 총성 몇 발이 울려퍼졌다. 이로 인해 제주도민 6명이 숨지고, 8명이 총상을 입었다. 희생자들은 당시..
-
안녕, 이주노동자, 미누한국 이야기 2022. 3. 20. 13:56
네팔 청년 미노드 목탄(Minod Moktan)은 1992년 돈을 벌러 한국에 왔다. 한국어도 못 했던 그가 가진 거라고는 관광 비자뿐이었다. 그가 한국에서 처음 취직한 곳은 식당이었다. 그의 이름을 어렵게 느낀 한국인 직장동료는 그에게 '미누'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그때부터 그는 한국에서 '미누'로 불리게 되었다. 노래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그는 작업장에 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를 배웠다.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가요제와 외국인 노래자랑에서 수상한 그는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2003년, 한국 정부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는 한국 중소기업에서 외국인을 노..
-
YH무역과 여성 노동자들한국 이야기 2022. 2. 1. 22:02
1960, 70년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통해 가능했다. 특히 1960년대 정부는 가발, 신발, 섬유 등 경공업을 집중 지원하여 경제성장을 추구했다. 이러한 경제구조 속에서 장용호는 1966년 가발 제조회사 YH무역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100만 원, 직원은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출 경기 호황과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으로 YH무역은 창립 4년 만에 종업원 4천 여명, 수출 순위 15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사장 장용호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사실 장용호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긴밀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충북 옥천 출신인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와 동향에다가 당시 실세인 김형욱 중앙정보부장과 부동산을 공동 소유할 정도로 가까운 ..
-
청년 우울증한국 이야기 2021. 12. 12. 23:12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약 4.4%에 해당하는 숫자다. 우울증 환자는 한국에서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2, 30대에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같은 기간 20대 우울증 환자는 189.4% 늘었다. 예전에는 5, 60대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았는데, 작년에는 20대 환자가 가장 많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코로나 블루'를 초래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블루를 경..
-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상품화 시대의 자화상한국 이야기 2021. 11. 26. 23:12
회사에 다니기 싫어지는 때가 있다. 일에서는 별 의미를 못 느끼고, 주어지는 일만 기계처럼 처리하고, 밥벌이 장소라는 것 말고는 회사에 어떤 애정도 못 느끼고, 부서 막내로서 허드렛일만 전담하는 것 같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나를 엄습한다. 노동시간이라도 짧으면(단 두 시간만이라도 줄면) 좋겠으나,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그 다음날 점심 도시락을 싸고, 집안일을 하고 나면,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나를 찾아온다.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살래?' 이 질문을 외면할 수 없기에, 나는 퇴사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부업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찾아보았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
-
전기와 육식에 중독된 일상과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한국 이야기 2021. 11. 21. 22:29
나는 녹색당 당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지는 못 했지만 녹색당에서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면서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를 알게 되었다.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대구를 비롯한 영남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한전은 765kV의 대규모 송전선로를 짓고자 했다. 이에 밀양 주민들은 송전선로가 마을을 너무 가까이 지나기 때문에 송전탑 건설에 반대했다. 한전에서 공사를 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밀양 주민들은 줄곧 반대를 해왔다. 그 와중에 마을 어르신 두 분이 분을 이기지 못하시고 자살을 선택했다. 또한 마을 공동체가 분열되기도 했다. 녹색당은 탈핵을 주장하고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추구하는 정당이기에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그 영향으로 나도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