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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층간소음

by Life's Searcher 202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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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른 시각, 갑자기 윗층에서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 문 여닫는 소리, 사부작사부작 하는 소리, 그 중에서도 나를 짜증나게 만든 건 망치로 바닥을 여러번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와이프와 나는 아침 7시경에 알람을 맞춰놓는다.

'지금 과연 몇 시일까?'

여섯시는 넘었으려나?

층간소음으로 잠에서 깨니, 다시 잠을 자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음이 끊이지 않고 들리기 때문이다.

 

사실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입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 종종 그랬다. 우리 부부가 사는 집은 LH 신혼부부 매입임대 주택!

그러니 주변 시세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살고 있다.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았고, 입주 과정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집이 넓고(방이 무려 3개다!), 월세가 이전 집보다 훨씬 저렴하고, 내부가 깔끔하게 장식돼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 주변 다른 집보다 저렴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와이프는 LH가 Low-cost Housing이라는 뜻인 줄 알았다고 했다.

층간소음, 천정 곰팡이, 싱크대 수전, 화장실 수돗물 녹, 화장실 냄새 등등. 

여기로 이사온 후 다양한 이유로 여러번 매입임대주택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LH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실 층간소음은 한국에서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뉴스나 유튜브에서 '층간소음'이라고 검색해보라. 그러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최근 범죄 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 한국 주거 건물에서는 층간소음이 이토록 흔할까?

오늘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고 그 힌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 영상은 바로 '알쓸범잡'! 

물리학 전도사로 잘 알려진 김상욱 교수님이 등장하여 한국 층간소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셨다.

주택 건축 구조에는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가 있다고 한다.

벽식 구조는 벽을 이용하여 주택을 지탱하여 쌓아가는 것이고, 기둥식 구조는 기둥을 이용하는 것이다.

벽식 구조로 지어진 주택에서 바닥을 치면 소리가 벽을 따라 이동한다. 문제는 이 벽이 층별로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벽을 따라 이동한 윗층 소음이 쉽사리 아랫층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고, 이 점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는 층간소음이 여태껏 단지 바닥이 얇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주택마다 층간소음 발생 정도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인 오늘날에는 어떻게 주택을 건축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이런 벽식 구조로 주택을 건설하는 이유를 김상욱 교수는 명확히 말해주었다.

'싸니까.'

벽식 구조로 건물을 지으면, 같은 높이의 건물에서 더 많은 층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기둥식 구조에서 쓰이는 기둥에는 일정한 높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암묵적 규칙과도 같다.

물론 이렇게 해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저비용에 대한 비용을 지금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골고루 지불하고 있다.

어떻게? 스트레스, 이웃 갈등, 폭력, 살인 등등으로..

 

나는 윗층에 거주하는 이웃에게 정중한 편지를 써서 내 사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조금만 유의해달라고 부탁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 틈틈이 짧고, 나름 정중한 편지를 작성하여 퇴근 후 윗층 현관문 쪽에 붙여 놓았다.

사실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도 하며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웃집에서도 부담스러워 할 것 같고,

나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어눌한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기에 편지가 목적을 달성하기에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이웃집에서 변할까?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아침 일찍부터 시끄럽게 굴면 고통 받는 이웃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아주 조금만 조심해주었으면 한다.

가장 좋은 건.. 이웃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소음에 취약한 LH 매입임대주택 거주자이기에, 나도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러분은 층간소음을 겪어 보았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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