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회사에서 이재현 선생님을 모시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는 지난 10월 5일 이후 3주 만에 갖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이었다.
첫 번째 시간에 어떤 논의를 나누었는지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조직문화 혁신 담당자님이 이재현 선생님에게 우리 회사의 고민 네 가지를 미리 알려드렸다.
그리고 이재현 선생님은 이에 대해 하나하나 본인 생각을 말씀하셨다.
- 첫째, 어려운 부서 간 협력
조직이 커지면서 분업이 불가피하기 마련이다. 분업을 하기 위해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부서를 나누고, 각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정해야 한다. 그런 규정 내지 매뉴얼이 생기면, 과연 협력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약 임원진이 어느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각 부서에서는 그 일이 왜 우리 부서 일이 될 수 없는지 설명하는 데 급급하게 될 것이다. 자기 부서 업무도 많은데 새로운 일을 추진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서 간 협력은 참 어렵다.
- 둘째, 냉소적 분위기
냉소적 분위기에서는 하급 직원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수용돼 본 경험이 없다면, 남을 수용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냉소적 분위기에서 탈피하여 수용하고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태도'이다.
- 셋째, 업무의 불균등한 분배
업무분장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업무 수를 균등하게 정한다고 업무가 균등하게 분배될 수 있을까? 담당하는 업무 수가 적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바쁠 수 있고, 담당하는 업무 수가 많더라도 한가할 수 있다. 업무분장표를 철저히 따르게 된다면, 내 일 외에 다른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협업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도 사라질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밤 새워 일을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기 일'을 처리한 것에 불과하기에 다른 이가 격려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나는 특히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지난날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동료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관심도 갖고, 잘해내면 잘했다고 격려하고, 못하면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넷째, 조직의 미션/비전과 개인의 미션/비전의 불일치 혹은 간극
이러한 불일치는 조직에게 유해하다. 개인이 본인이 속한 조직의 미션/비전에 공감하지 않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져 영혼 없는 노동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그 개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동안 회사에 기계적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된다. 조직은 결코 이런 사람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불일치는 개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좁혀질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다.
조직과 개인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다거나,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구성원에게 인지부조화를 초래한다. 조직에게도 개인에게도 매우 유해한 이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에 대해 조직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정의내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 사업, 그리고 성과. 조직에 대한 정의는 조직의 방향성과 연관된다. 사업에 대한 정의는 그 조직이 하는 활동과 연관되며, 성과에 대한 정의는 조직이 무엇을 했는지와 연관된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들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은 조직에 더 강한 소속감을 느낄 것이며,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직장동료들과 나는 조직, 사업, 그리고 성과에 대해 생각을 공유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저 직장동료와 나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나는 직장상사와 면담을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 직장상사의 솔직한 고민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런 면담을 하면, 내게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지고, 조직에서 내 역할을 다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놀랍고 기쁜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이처럼 조직의 존재이유, 방향성 등에 대해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한국 사회에는 위계에 따른 수직적 조직문화가 만연해있기에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면 조직이 더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재현 선생님은 건강한 조직은 조직 형태와 상관 없다고 말씀하셨다. 수직적 조직에도 나름 장점이 있는 것처럼 수평적 조직에도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한 국내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몇몇 기업은 그 부작용에 굴복하여 다시 수직적 조직으로 돌아갔다. 그 부작용 중 하나는 바로 구성원 간 소통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이재현 선생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보자.
매뉴얼, 제도 따위보다 문화, 사람, 감정이 더 중요하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존재이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존재이유 내지 방향성에 대해 환기하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두더지처럼 자기 일에만 매몰되었다가 자기 영역 밖으로 나와 조직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고, 조직과 개인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감정은 전염되기 마련이다. 조직에서는 특히 영향력 있는 사람의 전염력이 강하다. 리더는 자신의 언행이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주의해야 한다. 리더십이 중요한 것이다.
짧았지만, 두 차례에 걸쳐서 이재현 선생님 강연을 들으며, 조직 구성원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부서에서 막내인 내가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회사 조직문화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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