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 그리고 남겨진 어머니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이 사건은 한국에서 꽤 잘 알려진 사건이다.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아직도 매듭짓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사건이다.

1인 시위 중인 장연록 씨. 출처: https://www.youtube.com/channel/UCVZxkvXFBn_tyRr9tr-jBRQ

 

2019년, 페이스북을 하던 중 지인이 공유한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장연록'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성폭행을 당해 사망한 딸(들)의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채널이었다.

나는 바로 유튜브에서 장연록을 검색하여 그 채널에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그 영상들을 봤다.

그리고 얼마간 우울하고 분한 감정에 휩싸였다.

 

2004년 대학원생 양소라 씨가 동생 양소정 씨의 소개로 드라마 단역배우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양소라 씨가 집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옷을 벗고 왔다 갔다 하고, 쟁반에다가 "죽어라"라고 소리지르며 칼질을 했다.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 같다면서 무거운 가구를 옮기며 온 집안을 난도질했다. 

그래서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치료 받는 과정에서 그는 엄마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성폭행 가해자는 단역배우를 관리하는 현장 보조 반장이었다. 그는 양소라 씨를 성추행하고 성폭행했다. 

그리고 그는 이 사실을 다른 반장들에게 이야기했고, 그렇게 해서 양소라 씨는 4명에게 성폭행당하고, 8명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그 12명은 양소라 씨에게 가족 살해, 방화 등을 언급하며 협박을 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est_Midlands_Police_-_Rape_and_Serious_Sexual_Offences_Campaign_(8102669207).jpg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연록 씨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양소라 씨가 남긴 메모, 녹음 파일, 일기, 병원 치료 기록 등 여러 증거를 가지고 장연록 씨는 경찰서로 갔다. 그랬더니 한 형사는 '이게 사건이 되냐고 생각하냐'며 소리쳤다. 

장연록 씨는 경찰서에 진정서를 넣고 형사를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새로운 형사도 '이게 사건이 되냐'고 물었다. 그 일이 또 반복되었다. 

 

장연록 씨와 양소라 씨에게 경찰이 보인 행태는 이게 다가 아니다.

경찰은 양소라 씨에게 가해자의 성기를 똑같이 그리라고 했다. 그리고 양소라 씨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칸막이도 없는 한 공간에서 양소라 씨와 가해자를 대질신문했다. 

그 날 이후 양소라 씨는 한동안 집 안에서 방문을 잠그고 밥도 먹지 않고 지냈다.

경찰이 양소라 씨에게 가한 2차 가해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2년이 지난 2006년, 양소라 씨는 형사소송을 취하했다.

가해자들의 지속되는 협박과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양소라 씨가 형사소송을 취하했으리라 짐작한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229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9년 8월, 양소라 씨는 투신 자살을 한다.

일주일 정도 뒤, 동생 양소정 씨도 투신 자살을 한다.

이어서 두 딸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다.

그렇게 어머니 장연록 씨 혼자 남게 되었다.

 

장연록 씨는 둘째 딸 양소정 씨가 남긴 유언을 기억하며 가해자들과 경찰을 상대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엄마니까 꼭 원수를 갚아달라는 유언이다.

1인 시위를 하는 도중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당하고 사건 담당 형사에게 폭행도 당했다.

하지만 장연록 씨는 멈출 수 없다.

아직도 성폭행 가해자 중 일부가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사건 담당 형사는 경찰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VZxkvXFBn_tyRr9tr-jBRQ

장연록

 

2020년 3월경, 나는 장연록 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성폭행 가해자 중 한 명이 모 드라마에서 캐스팅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그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장연록 씨는 시청자들에게 해당 드라마 웹 게시판에 들어가서 그 가해자를 하차시킬 것을 요구하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장연록 씨의 아픔과, 이 사건에 분노하고 있던 나는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서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됐다며 연락을 받았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