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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ory

민주시민교육을 둘러싼 담론

by Life's Searcher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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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블로그에 얼마 전 쓴 셸던 월린에 관한 글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불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열풍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적이 있다. 열풍이라고 표현했지만,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사회보다는 국가, 즉 국회,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글 보러 가기

 

[셸던 월린] '오늘날 혁명적 행동은 무엇인가?'를 읽고

이 글을 읽고 확실히 셸던 월린(Sheldon Wolin)은 비주류 정치철학자라고 느꼈다. 그의 이 길지 않은 글을 읽고, 비주류적 시각을 지닌 나는 그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이 글에 나타난 월린의 생

lifesearcher.tistory.com

 

 

민주시민교육이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즉 민주적 시민에 걸맞는 덕목과 자질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민주적 시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누구는 민주적 시민이란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고, 집단에 헌신하는 시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누구는 준법의식이 투철한 시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입장에 따라 '민주적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개념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1997년 제15대 국회에서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이 발의된 이후 오늘날까지 내용을 조금 달리하여 수차례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는 않고 있다.

 

국가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실마리를 얻기 위해 나는 GSEEK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GSEEK은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포털로, 다양한 온라인 강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제공하는 강의 중 '민주시민교육 이모저모'라는 강의를 수강하였다.

 

https://www.gseek.kr/member/rl/courseInfo/onCourseCsInfo.do?menuId=MP10&menuStep=&pMenuId=OTOP&courseSeq=3905&courseCsSeq=1&courseCateCode=E530&eduTypeCode=0002&stuSeq=1 

 

경기도지식(GSEEK)

경기도 무료 온라인 평생학습서비스, 외국어, 자격취득, 생활/취미, 부모교육, 청소년 등 제공

www.gseek.kr

 

이 강좌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민주시민교육 기초

2. 북한에 대한 오해와 진실

3. 발달장애인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경기도 평생학습포털에서 제공하는 강좌 <민주시민교육 이모저모>. 출처: https://www.gseek.kr/member/rl/courseInfo/onCourseCsInfo.do?menuId=MP10&menuStep=&pMenuId=OTOP&courseSeq=3905&courseCsSeq=1&courseCateCode=E530&eduTypeCode=0002&stuSeq=1

목차부터 심상치 않다. 민주시민교육을 다루는 강좌에 '북한'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 중 왜 하필 발달장애인일까?

아무튼 나는 1번 민주시민교육 기초 부분만 들었다.

민주시민교육을 설명하려면, 바람직한 '시민'은 누구인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이 강좌에서는 시민을 다음과 같은 존재로 설명했다.

 

시민의 의미

-민주주의 체제 국가의 일원

-헌법에 의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자유민

-사회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본소양과 의식을 갖춘 사람

 -> 사회질서 준수를 위한 의무 이행

 -> 시민들의 사회적 약속 이행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관건

 

아니나 다를까. 이 강좌에서 정의내리는 시민에는 국가주의적 색채가 묻어 있다. 

이 강좌는 '경기도'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강좌라는 점에서 국가의 관점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는 시민을 '사회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셸던 월린이 강조한 '민주적 시민'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차이가 존재하고 그러한 차이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시민이라는 존재는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민은 공통성이라는 관점을 지녀야 하고, 배타적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Sheldon Wolin, <What Revolutionary Action Means Today> 중에서

 

시민성은 권리를 요구하는 능력 이상을 의미한다. 시민성은 권력을 나누어 갖는 능력, 권력을 가지고 협동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Sheldon Wolin, <What Revolutionary Action Means Today> 중에서

 

 

국가의 명을 받아 사회체제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 받은 민주시민은 다음과 같은 자질 내지 의식을 지녀야 한다.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의식: 질서의식, 책임감, 정직, 존중, 배려

-책임감: 자기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 = 타인을 탓하지 않기. 투표할 때 내 선택이 가져올 변수와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

-정직: 거짓말하지 않기. 신뢰를 위해.

 

국가가 요구하는 시민성은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요구하는 행동양식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그 강좌의 하이라이트다. 그 강좌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민주시민교육: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교육 ->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을 위한 것.

민주시민교육이 다루는 영역

-정체체제에 대한 이해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

-자유 및 인권 이슈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비판적 안목을 키우기

 

이 강좌에 따르면 민주시민교육은 사회의 '안전'을 위한 수단이다. 사회의 안전.. 뭔가 전체주의적 느낌도 묻어 난다.

이러한 국가의 관점으로 민주시민교육 관련 법률이 제정될까봐 나는 두렵다.

오랜 세월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있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것 같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민주시민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라고 생각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최소한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 말이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최소 기준에는 국가주의적 색채 대신 개인과 공동선의 조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인간적 삶의 가능성을 충분히 누리는 데 필요한 자질과 능력에 대한 교육'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장은주, <우리는 시민입니다>

 

출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8159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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