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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Life's Searcher by Essence, a Steward of Nature by Profession, and a Storyteller by Passion
K-Story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거듭나기

by Life's Searcher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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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이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숨 가쁘게 경제성장을 추구해왔고, 그 결과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인데, 왜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먹고살기가 힘든 걸까? 경제성장이란 무엇일까? 경제성장은 국민이 잘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책을 찾아보았고, 그중 내게 가장 깊은 감명을 준 책이 바로 오래된 미래였다. 이 책은 스웨덴의 한 언어학자가 티베트 고원지대에 있는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머물며 겪은 경험이 담긴 책이다. 책의 주된 내용은 삶의 기쁨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라다크 공동체가 그 지역이 관광지역으로 개발됨에 따라 어떻게 변하였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 분열된 공동체, 만연하게 된 소비문화와 그로 인한 유대감, 자존감의 상실, 불안감의 증대, 갈등과 폭력의 증가 등등. 이 모든 문제가 경제개발을 시작한 뒤 얼마 되지도 않아 일어났고, 나는 그 과정과 결과를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출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2760334

 

책을 보고, 라다크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널려 있는 숱한 사회적 문제들은, 경제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해 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서구식 경제개발이라는 것이 삶의 많은 영역을 상품화하여 사람들을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시킨다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이 사람들의 의식과 정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거의 모든 생활영역으로까지 퍼진 대행업체 서비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마찰을 겪은 사람들 간의 사과와 연인 간의 이별 통보, 심지어 부모님께 해드리는 효도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업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만으로도 모자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의 영역까지도 상품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도 누군가가 대신해주기에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은 점점 사라지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 점점 상실되어 간다.

출처: https://marxistsociology.org/tag/commodification/

 

이렇듯 오늘날은 사람들에게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는데, 이때 소비자란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지닌 표현으로서 낮은 자존감과 무기력감을 바탕으로 공공의 문제엔 무관심한 채 자기만족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반대말은 생산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시민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 온전한 자존감과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공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굿바이 쇼핑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는 미국의 한 기자가 1년 동안 생활필수품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하고 그 1년 동안 쓴 일기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프로젝트를 해가면서 점점 소비문화에 물들어 있던 자신을 깨닫고, 시민의식을 회복하게 된 점이었다. 저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1년 동안 여가에 혼자 쇼핑을 하는 대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처럼 덜 소비하며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배운다. 이제 저자는 소비할 때 그것이 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까지 고려할 줄 알게 되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런 프로젝트를 혼자서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도 쓰고 있듯이, 그녀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출처: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91934603

이처럼 우리가 시민의식을 갖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삶의 방식을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시도해 보는 것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각자의 생활과 밀접하게 일상적으로 진행되어야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것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바란다면 진지하고 즐겁게 고민해 볼 일이다. 바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시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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