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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ory

우리 회사 조직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본질은 조직문화다> 저자 강연)

by Life's Searcher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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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회사에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해커톤 사업의 일환으로 소규모 강연회가 있었다.

오전에 갑작스레 반가를 냈기에 강연에 조금 늦게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강연이 진행 중인 회의실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어갔다.

 

이번 강연은 <본질은 조직문화다>라는 책을 쓰신 저자 이재현 선생님이 맡아주셨다.

책 앞날개에는 그를 공익활동을 컨설팅하는 조직 전문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2015년 NPO스쿨을 창업하였고, 그후 작은 비영리조직부터 정부조직과 공공기관을 아우르며 공공 영역에 존재하는 많은 조직을 컨설팅했다.

<본질은 조직문화다> 앞날개에 소개된 저자

 

나는 강연 도중 들어왔기에 처음부터 강연을 듣지 못했지만, 강연을 들으며 메모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 내용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강연자는 본인의 컨설팅 경험을 이야기하며 모두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인데, 모이면 서로 싸우는 조직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마치 우리 회사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그리고 이어서 옳은 일을 하는 조직일수록 내부 갈등과 번 아웃이 심하다고 말씀하셨다. 

딱 우리 회사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2021년 비전은 '역사에서 일상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시민의 동반자'이다.

참 멋진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서 간 협력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직원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이건 내가 입사 전 우리 회사에 대해 파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마 옳은 일을 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기에, 내가 하는 일은 옳다'는 생각을 자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름을 수용하기보다는 당위를 추구하는 문화, 즉 수용적 문화보다는 당위적 문화에 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어서 강연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주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해주셨다.

일명 '안마의자'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느 회사에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유능한 직원 한 명이 뽑혔다. 그런데 그 신입직원이 자주 지각하고, 업무 처리 기한도 지키지 않고, 업무를 집중해서 하지도 않는다는 걸 해당 부서 팀장이 발견했다.

참다 못한 팀장이 그 신입직원에게 작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팀장은 그 신입직원을 질책하듯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신입직원은 허리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팀장은 다시 자제하고 그러면 의자를 편한 것으로 바꾸라고 했고, 신입직원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신입직원은 사비로 안마의자를 주문하여 사무실에 들여놓았다.

이게 이야기의 전부다. 강연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서는 이 둘 사이 대화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그 대화를 꼼꼼히 읽어보았다고 했다.

어떻게 이 짧은 대화가 한 시간 가량이나 진행될 수 있었는지 나는 궁금했다.

그리고 강연자는 이 둘 사이의 대화에서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건 바로 '서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팀장은 성실하지 못한 신입직원에게 왜 그러는지 묻지 않았다. 오히려 다그칠 뿐이었다. 

또 신입직원이 허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도 팀장은 왜 허리가 아픈지, 얼마나 오랫동안 아파왔는지 묻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에 그럼 의자를 바꾸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서로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건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질문할 거리를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질문이 없는 직장에는 지시와 보고가 있을 뿐이다. 

공적인 일로 모인 사람들끼리 사적인 화제에 대해 질문을 하라는 게 아니다. 이때 말하는 질문이란, 상대의 욕구에 대한 열린 질문을 의미한다. 예컨대, '어떻게 생각해?'와 같은 질문 말이다.

그렇다. 위 일화에 나오는 팀장과 신입직원은 한 시간 가량이나 '대화'를 했지만, '소통'을 하지는 못했다. 그 대화에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소통 없이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조직문화는... 정말 암울할 것이다.

 

이어서 강연자는 문화와 체계 내지 제도의 관계에 대해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일화로 설명해주었다.

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해놓고, 우리가 하는 건 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것이다. 문화와 제도를 혼동하는 것이다.

이 둘은 분명히 구분되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담당 공무원이 흥미로운 통계를 발견했다.

바로 그 지역의 결혼율이 재난 이전보다 3배나 증가하였고, 이혼율도 재난 이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 결과를 보면, 여기에는 재난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난이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야기했을까?

미혼자 입장을 생각해보자. 미혼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결혼할 거, 미래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빨리 하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혼자는, 특히 평소에 불화했던 커플은 내 삶이 재난으로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 남은 여생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불안할수록 커다란 결정을 내려 그 상황을 종결하고 싶은 욕구, 즉 종결 욕구가 있다. 이러한 종결 욕구가 이 상황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불안함에서 내리는 결정은 대체로 제도나 규칙 따위에 의존하는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례와 심리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가 문화와 제도 내지 체계를 혼동하는 이유, 아니 문화라고 쓰고 제도라고 읽는 이유의 근원에는 '불안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불안감이 클수록 제도와 규칙에 의존하여 불확실한 상황을 단칼에 확정짓는 경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설명이 내게는 매우 감탄할 만한 통찰이었다.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 심리와 사회의 역사적 배경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 통찰 말이다.

<본질은 조직문화다> 목차

이번 강연은 3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흥미로운 강연이었다. 그래서 짧게 느껴졌다.

강연자는 청중에게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강연자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까?

3주 후에 있을 두 번째 강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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